이 글은 모 커뮤니티 사이트에 작성한 것을 갈무리했다. 출시 후 바로 구입한 에어팟 프로에 대한 짧은 감상평이다. 음악 애호가라면 좋은 도움이 될 것 같다.
글을 시작하기 전에 몇가지만 정해놓고 가겠습니다.
– 오픈마켓에서 구입했습니다. 관부가세 이슈는 없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저는 잘 몰라서 댓글 주셔도 답변 드릴 수 있는게 없습니다.
– 지난주 토요일 받았습니다. 이 시간까지 들어본 결론에 대한 글입니다.
– 아이폰7에 AAC넣어 다니고 새로운 음악은 스포티파이로 듣습니다. 포터블 하이파이는 구별할 능력이 안되서 취급하지 않습니다.
– 맨 아래 한줄요약 있습니다.
시작하겠습니다.
저는 BA듀서를 사용한 커널형 이어폰을 즐겨 듣습니다. 그중에서도 컴플라이 폼팁을 종류별로 긴거 짧은거 중간길이 등등 여러가지를 구해서 듣는 외이도+고막 파괴범 입니다. 2010년도 초에 국내에 슈어 인이어나 트파가 유명해 질 때에도 이미 BA듀서만 들은지 3~4년정도 됐을 정도로 커널형 인이어를 오래 들어온 사람입니다. 에어팟 프로 출시전엔 NuForce에서 제조하는 EDC3를 최근까지 주력으로 들었습니다.
귓구멍에 깊숙히 이어폰을 넣는 이유는 오직 외부 소음과의 전쟁 이 한가지 이유 뿐이였습니다. 한번 감상하기 시작하면 서너시간은 그냥 엉덩이 붙이고 음악을 듣는 편이기에 외부 소음이 감상을 방해하지 않길 바랐고 이것이 커널형 인이어만 듣게된 결정적인 계기 였습니다.
애플의 이어폰은 아이폰4 시절 구형 번들 이어폰부터 최근 에어팟까지 모두 들어봤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이어폰들이 모두 오픈형이였고 심지어 제 귓구멍에 맞았던 적이 단 한번도 없었기 때문에 가장 마지막으로 사용했던 에어팟의 경우엔 고무팁에 솜팁까지 끼워가며 썼습니다. 왜냐하면 누가 믹싱을 하든 어느 스튜디오에서 마스터링을 하든 결국 음악을 듣는건 대중입니다. 그래서 대중들이 가장 보편적으로 쓰는 이어폰을 믹스의 기준에서 절대 배제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음악 듣기를 좋아하는 저로써는 귀에 맞지않아 불편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많이쓰는 이어폰을 외면할 수 없었기에 어쩔수 없이 동거해야 하는 상대였죠. (사실 솜 끼워가며 잘 썼습니다ㅋㅋ..)
역사 속으로 사라진 가성비 갑 BA듀서 애플 인이어는 한동안 쓰긴 했지만 제가 당시 너무 비싼 BA듀서 이어폰을 쓰고있어서 큰 인상은 없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 등장한 파워비츠프로가 인이어로 나와주길 간절히 바랐지만 오픈형의 연장선이란 말을 듣고 에어팟2를 뒤늦게 구입했습니다. 위의 문제를 겪고 있던 차에 루머로만 무성하던 인이어형 에어팟이 나온다는 소릴 듣고 바로 처분했습니다. 출시 되던 날 직구가 빠르게 진행된다는 말을 듣고 지체없이 구매했습니다. 아무튼 드라이버는 뭔지, 가격은 어떤지 등 일말의 고민없이 “애플에서 낸 새로운 인이어” 하나만 보고 결제까지 도달했습니다.
전통적인 인이어 보다 거부감이 덜하기 때문에 오픈형만 쓰시는 분들께도 괜찮을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존의 인이어 커널 이어폰은 귓구멍에 깊숙히 넣어야 차음과 음압을 모두 기대할 수 있었다면 애플의 새로운 에어팟은 기존의 에어팟과 같이 적당히 유닛이 걸쳐주면서 고무팁이 귀에서 빠지지않게 가볍게 자리를 잡아준다는 느낌입니다. 탈착시 고막에 가해지는 압박 등 이런류의 이어폰 중에서 모든 종류의 이물감은 가장 없는 편 입니다.
이미 분석가들을 통해 다이나믹 드라이버를 채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노이즈 캔슬링이 우수하다는 평을 하지만 오늘은 음악감상 본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다이나믹 드라이버와 BA듀서 사이에 중간은 없듯이 음악감상 시 호불호가 극렬히 갈리는 일장일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애플은 다이나믹 드라이버를 채용했고 그에 따라 다이나믹 듀서의 특징들이 음악에서 묻어나옵니다.
첫날 첫인상은 에어팟과 같은 방식인 다이나믹 듀서를 쓰면서도 저역대 정돈이 매우 잘되있다는 평을 하고 싶습니다. 번들 이어폰과 에어팟 모두 저역대가 고르지 못하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는데 프로에 오면서 작정하고 갈고닦았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믹스의 저 뒷편에서 잔향으로 깔린 킥의 어택감을 잘 끌어내면서도 차음이라는 특성때문에 부스트되는것을 되려 가볍게 눌러준다는 느낌입니다.
그러나 가요나 힙합 등 신스음과 베이스가 리듬의 주를 이루는 음악에서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장르를 들으신다면 에어팟 프로보단 저역대 음색이 도드라지는. 즉, 뿜뿜-뚜쉬뚜쉬를 즐기신다면 일제 이어폰을 찾으셔야 합니다. (소니, 오디오테크니카) 일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중저음역대가 골이 아플 정도로 부스트 된 느낌은 에어팟 프로엔 전혀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러한 특징을 알고나니 저는 어쿠스틱이나 아날로그를 많이 사용하는 음악에서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음역대가 어느곳에 편중됐다는 인상보다는 크게 모난구석 없이 고르게 퍼지고 밸런스를 많이 잡는 느낌입니다. 그렇다고 일부 언급되는 저역대가 부족하거나 하이가 먹먹한 소리가 절대 아닙니다. (개인적으론 왜 트레블 부스트를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저는 밴드음악을 즐겨 듣기 때문에 밴드음악을 기준으로 감상포인트 말씀드리자면, 일단 헤드룸이 빡빡한 음악들은 에어팟과 비슷합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믹스가 빡빡한 음악들은 어느 이어폰에서나 들어도 다 똑같이 들리죠. 그러나 주구장창 달리는 메탈임에도 각 악기 믹스에 여유가 있고 다이나믹레인지가 넓은 트랙들은 큰 스튜디오에 악기들을 잘 배치해놨다는 말이 딱 맞을정도로 감상하기 좋습니다. 저는 음악듣는 재미에 다시 불이 붙을 정도입니다. 번외지만 슈게이징이나 엠비언트 장르 등 개똥차반 믹스도 에어팟 프로로 들으면 그 나름대로 또 재미가 있습니다. 모던락, 언플러그드, 공간계 페달 많이쓰는 장르 최곱니다.
신기술에 따른 음향 이야기를 하자면 적응형EQ는 항상 작동중이기 때문에 이어폰을 손으로 건드리거나 하면 위상 변화가 느껴집니다.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고 “아, 작동을 잘 하는구나.” 하고 넘어가시면 됩니다. 노이즈 캔슬링은 제가 기대하는 기술이 아니라 사실 이번에 처음 써봤는데 이 쪼끄만한 놈이 이렇게 소음차단을 하다니 정말 엄청나네요.. 대신 다이나믹 레인지 폭이 약간 좁아지고 음색의 변화는 약간 있습니다. 그러나 외부에서 듣는만큼 듣다보면 금방 적응하게 됩니다. 음색은 저역대와 고역대는 그대로고 미드쪽이 아주약간 스쿱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당연하지만 음악감상에 방해요소를 제거해준다면 이정도 손실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장점이 훨씬 더 크기 때문에 이정도 단점은 단점도 아니라고 말씀드립니다.
전반적인 평을 하자면 인이어 타입을 떠나 적응형EQ탓인지 튜닝탓인지 알 수 없지만 애플이 이 드라이버에 정말 영혼을 갈아넣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소리만으로 30만원값 한다는건 아니고 아이폰과의 상호호환성, 매우 우수한 노이즈캔슬링을 기반으로 하면서 좋은 소리를 들려주는 드라이버를 얹어놨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비록 에어팟2는 제 손에서 가장 빨리 떠난 이어폰 중 하나지만 이번 에어팟은 케어까지 먹여서 가장 오래쓴 인이어를 갱신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됩니다.
감사합니다.
한줄요약 : 가요/힙합/EDM 피해가시고 어쿠스틱/아날로그/밴드 좋아하시는 분들은 주변분들꺼 뺏어다 꼭 필청하세요!